관리자 편의주의가 빚은 한양대 네트웍

난 현재 한양대학교 안산 캠퍼스에 재학 중인 학부생이다.

우리 학교의 네트웍 관리 정책에 관한 공지를 보면 2004년 4월부터 과잉 트래픽 발생 등을 제한, 관리하기 위해 SafeNet 이라는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있다. (안산에 의무 설치의 시기는 위와 상이하지만 여하튼) 학교 내의 모든 컴퓨터에는 위 프로그램이 설치 되어야만 정상적인 네트웍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P2P 프로그램 몇개만 돌리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메모리에 상주하는 자원이 아깝긴 했지만 그럭 저럭 참을만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생긴 백신 중앙 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정책이 발표된 이후론 이 아이들의 행패가 더욱 가관이다. 이 공지에 따르면 백신 중앙 관리 프로그램이란 설치되어 있는 V3 Pro 2004의 패턴 업데이트를 학교 서버에서 관리하여 (강제) 설치하겠다는 것이며, 덧붙여서 악성 코드 치료 툴인 SpyZero까지 덧붙여 설치해주신단다.
내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백신을 언제나 최신으로 업데이트해주고 악성코드 치료 프로그램까지 공짜로 설치해주니 이 어찌 기쁘지 않겠냐만은 문제는 원치 않는 사람에게도 이들의 정책은 여지없이 적용된다는 데에 있다.

바이러스라는 것이 워낙 확산 정도가 빠르기 때문에 모든 사용자가 백신 및 윈도우 업데이트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점에는 백번 공감한다. 하지만 이미 사용하고 있는 백신이 있음에도 일괄적으로 V3 Pro 2004 "따위의" 백신 설치를 강요하는 행위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정 백신을 선정하는 절차야 기업간의 일이니 논의할 바 없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사용하는 백신이 있는지' 등을 감지하여 백신 모니터링의 선택권 정도는 부여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게 어려운 일이라면 백신 모니터링 기능을 끄는 옵션도 추가되었어야 하는 것이다.
강제를 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그 외에 다른 선택에 대한 보장이므로.

이런 일에 대한 의견을 한양대 네트웍 관리팀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오게 될 피드백이야 별볼일 없을 것이라 예상은 했다만, 하위 담당자와 전화 한통 하면서 그들의 하소연을 들은게 전부이고 조금 더 윗 층의 담당자와 통화를 연결해 달라고 했더니 확인하고 연락 준다는게 3주가 지났다.

난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그들이 가지는 편의주의에 한숨이 나온다. 관리자 편의주의, 수사 편의주의 등의 특정 계층의 편의를 위해 벌이는 이러한 제약이 각 개인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단 점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사실 이보다 더 무서운건 이러한 자유의 침해를 점점 당연시 받아들이게 되는 사람들의 자세이다. '권리의 주장은 곧 인격의 주장이다' 라는 예링의 말이 유난히 쓰게 느껴진다.
by 캐스톨 | 2006/04/12 15:15 | 들여다보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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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飛정상 at 2006/04/14 03:47
현대사회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딜레마인 것 같아요. 어떤 조직이 갖는 여러가지 폐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상쇄하는 것 처럼 보이는 효율성 사이의 긴장관계 말입니다.
Commented by 귀찮 at 2008/10/20 11:21
한양대 안산캠 학생으로서 공감가는 글이네요.
Commented by 전통컴 at 2009/03/04 19:37
서울도 마찬가집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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