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1 - 고양이씨에 대한 의인법

일전에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블로그에 관련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다. (워드프레스를 사용할 당시의 블로그였던지라 서버 관리의 실패로(;) 자료가 유실되었지만 ㅜ_ㅠ) 그 책에서는 고양이'상'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나온다.
여기서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감상문을 쓰자는건 아니고.

난 길을 걸을 때나 버스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이런 저런 망상에 잠길 때가 많다. 그 중 하나는 내 언어 습관에 대한 망상이었다. 내가 중학교 때였나, 고등학교 때였나. 평범하게 친구들과 얘기를 하던 중에 내 얘길 듣던 친구 놈 하나가 신나게 웃어 재낀 적이 있었다. 내 기억으론 그리 웃긴 얘기도 아니었는데 그 친구는 '책상에 떨어진 연필씨 좀 주어줘'란 내 말이 그렇게 웃겼다고 한다.

사실 난 종종 그랬다.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무언가를 얘기할 때마다 마치 그게 사람인냥 불러주곤 했다. 아마 어릴 적부터 강아지를 키웠던 영향이 큰 것 같다. 누구든 강아지를 대할 땐 자기 친구인냥, 아들인냥, 딸인냥 대하곤 하니까.

그러다 그게 의인법이란걸 국어 시간에 배우곤 한참 뒤 하나의 망상에 빠져 버렸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의인법을 '사물이나 추상개념을 인간인 것처럼 표현하는 수사적 방법'이라 요약하고 있던데 이게 어찌보면 참 기분 나쁘지 않을까, 싶은거다. 내가 생각해 볼 때 의인법을 사용하는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내가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다만) 첫째는,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묘사할 때 이미 사람들에게 친근한 방식으로 접근해서 보다 효과적으로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의도와 둘째는 인간이 그 어떤 존재보다 월등하다는 우월주의적 발상. 난 그 둘째번의 이유가 맘에 들지 않은거다.

가령, 내가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씨, 참 멋있으시네요. 어머, 그 이마 쪽에 난 하얀 털은 미용실에서 염색하신 건가요?' 라고 말하면 고양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나타나서 나한테 외계인 대우를 해준다면 난 퍽이나 기분이 나쁠것 같은 느낌.

휴, 정말 쓸데없는 망상이다.
by 캐스톨 | 2006/04/21 14:19 | 들여다보기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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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상한 나라의 지짱 at 2006/08/30 15:44

제목 : 고양이씨 고양이씨~~
망상 #1 - 고양이씨에 대한 의인법 그렇다.. 우리 남매의 어휘는 이러한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주임님~~ 저 아이랑 저 아이는 어떻게 만들어야해요??" 라고 회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주변의 그 당혹스러운 반응.....;;;;;;; 오빠와 나의......more

Commented by 飛정상 at 2006/04/21 16:13
제 재산목록 1호 노트북의 이름은 '귀동이'인데, 친구녀석이 그걸 보더니 '너도 니 물건에 이름 붙이고 뭐 그러냐?'이러더라구요.
음, 그게 좀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나보군요 -_-a;
Commented by 캐스톨 at 2006/04/23 17:35
飛정상 // 귀동이, 귀여운 이름이네요~ ^ㅡ^; 그러고보니 가끔 컴퓨터랑 대화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음, 그게 좀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나보군요 -_-a;
Commented by 지짱 at 2006/08/30 15:36
절언..;; 나도 모르게 웃다가...;; 회사동료분한테 일안하구 이런거 본다구 혼났음..이야.. ㅠㅠ
그치만.. 나두 이렇자누;; 우리는 정말 4차원에 사는겐가?? ㅋㅋㅋ
다분히 오빠스러워~~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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